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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후기

8월, 나혜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조각충동 Sculp tural Impulse>

8월, 뒤늦은 장마와 눈치싸움에 이겨 맑은 날 방문 할 수 있었다. 조각충동 전시는 6월 시작한 전시로 익히 글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이해도를 가지고 있어 실물이 궁금했다.

《조각충동》은 동시대 조각 앞에 놓인 두 가지 필연적인 도전을 상상한다. 첫째, 조각사적으로 양감이나 무게, 재료에 근거한 전통적인 조각 개념이 끊임없이 극복되고 확장되면서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지만 속은 텅 비어서 무엇이 조각인지 알 수 없게 된 상황에서의 도전. 둘째, 인간의 감각과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상현실의 시대를 앞두고, 구석기 시대부터 나타날 만큼 근원적인 형태이자 물질이면서 가장 인간과 닮은 존재인 조각을 다시 검토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에의 도전. 이를 위해 우선 과거부터 익숙한 '조각'과 닮아 있지만 그 신체성, 이미지, 물질, 위상에서 기존과는 다른 내적 구성 논리를 가진 작품들을 선정하였다고 한다.그래서 보는 내내 다채로웠고 각각의 독립된 우주의 공간이 나눠져있는 느낌이었다. 또한 관객참여 작품들이 종종 있었는데 이런 부분은 나이관계없이 누구나 즐겁게 감상이 가능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었다.


첫번째로 바로 눈에 들어왔던 작품은 문이삭작가의<A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 문 이후 A' Show must go on : 작가는 이것을 현대 조각 역사의 원전인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지옥의 문〉을 통해 풀어낸다. 형태적으로 지옥의 문과 닮은 이 조각은 문의 앞과 뒤가 각각 천국과 지옥을 향하는, 중간 지대인 연옥을 지시한다고 한다.  지옥문과는 다르게 연옥이라는 일말의 희망이 담겨있는 작품으로 느껴졌달까 천국과 지옥의 중립적인 상태라 어떠한 긍정이나 부정도 보이지 않았다.  두번째 <공공조각파일>은 길가에 방치된 듯 서 있는 공공조각을 알루미늄으로 떠낸 작업이라고 한다.  작가의 작업을 통해 물질의 기본 질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알루미늄 곳곳에 묻어있는 어딘가에 방치된 듯 서있을 공공조각과의 관계가 각각 다른 차원의 모습으로 존재하는게 좋았다.


인탄 작가의 <어린이 조각가> 는 작가 본연의 제작 방법을 따르면서도, 어린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 기조의 틀과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작품의 실물은 짖궂은 아이 같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아이들은 그림을 예쁘게 그리는 방법을 모른다. 그저 본인만의 재미있는 상상들을 종이에 스케치 할 뿐이다.  욕심많은 아이가 욕망 한가득 담아 그린 스케치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B1 어린이갤러리1에서 진행하는 전시연계 워크숍 프로그램의 아기자기한 작품들과 닮아있어 아기자기한 조각들의 보스같았다.  조각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더불어 거대한 크기가 조각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는 듯 했다.


우한나 작가의 <Bag with you_ Take your shape> 은 신체 장기를 염두에 두고 만든 패브릭 조각 시리즈로 간단한 명단 작성 후 실제 착용할 수 있었다.

개복 수술이 참조되었다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형이하학적인 장기들을 형이상학적으로 밖으로 표출해내 그것을 입고 임시적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행위로 체험형 전시가 주는 즐거움을 달달하게 맛볼 수 있었다.


김주리작가의 〈모습: 某濕_202206〉이다. 여기에 某濕은 아무개 모, 젖을 습 이다. 재료확인 없이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흙과 도료의 냄새가 확 퍼졌다. 습한 흙의 냄새가 도료와 섞여 무거운 향이 거대한 조각전체에서 전시장으로 향이 스미고 있었다. 도슨트님이 패일 수 있으니 관람에 주의하라고 말씀하셔서 뒤늦게 재료를 확인했다. 젖은 흙으로 만들어진 작품었다. 그때서야 전시장에 들어설때  나는 향취가 이해가 되었다. 평소 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향이 작품 감상에 있어 꽃과 같은 역할을 했다. 향기를 쫒아 꽃을 맴도는 꿀벌처럼 향을 맞으며 전시장을 몇바퀴 감상하며 돌았다. 오돌토돌하지만 매끈한 질감 군데군데 잡힌 주름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색다른 참여형 예술이 참 좋았다.


최하늘 작가의 마주 보고 있는 〈강철이(?鐵)(깡철)〉와 〈백좌용비석〉은 각각 총체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조각과 비물질 조각을 의미하며 현재 조각이 처해있는 상황을 은유한다. 작가는 조각이 새로운 재료나 기술을 그 자체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임계점에 다다르자 총체화된 조각적 상황이 동원되기 시작했다고 본다.〈강철이〉의 반대편에 있는 〈백좌용비석〉은 QR코드를 통해 용의 형상이 떠오르도록 되어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비물질화의 과정에서 연극적인 풍경을 일구는 것에 지쳐 조각이 더 이상 물질을 소유하는 것을 포기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자기 몸체까지 포기하는 상황에 이른다면 어떻게 될지 질문하는 존재다.

거대한 팝업카드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강력한 물질적 흔적을 남기는 이무기는 용이 되는 순간 세상의 물질과 단절되는 새로운 영적 세계로 진입한다. 그렇다면 가상세계로 진입해 물질적 근거가 없는 조각은, 그 데이터는 조각인가? 실제로 누구도 본 적 없는 용을 기리는 기념비는 조각인가? 최하늘의 상호적인 두 개의 작품은 조각의 근본적 존재 조건에 질문을 던진다.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는 시간이 재미있었다.


공간의 모서리에 자리 잡은 〈Not Shy〉, 〈Next Level〉, 〈Savage1〉, 〈Savage2〉는 동시대 걸그룹의 포인트 안무를 '추고' 있다. 이 작품들은 잣나무와 느릅나무를 재료로, 세부 윤곽과 질감 표현 대신 전기톱과 끌을 이용해 형태의 큰 덩어리를 낸 후 신체 동작의 중첩을 표현해 빠르게 움직이는 안무 동작을 시각화한다. 그 후 마감처리 되지 않은 거친 나무의 표면 위에 실제 대상의 의상, 헤어와 비슷한 색을 입힌다.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평면과 입체, 움직임과 정지의 순간 위에서 회화적 조각, 조각적 회화를 실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는 동시대 매체의 영상 감각을 조각에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지금은 이미지와 동영상이 프레임과 스크린이라는 평면을 거쳐 감각되기 때문에, 움직이는 3차원 인체의 영상이 통나무라는 원통 형태의 제약 속에서 분절되고 평면화된 동세를 통해 구현되더라도 그 느낌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감각〉은 5명의 군무를 군상으로 제작한 것으로 K팝 아이돌 인물상에서의 탐구지점을 표현 방식과 스케일 면에서 확장하고자 한 것이다. 여러 통나무를 결합하여 원통형의 신체를 벗어나게 됨에도, 몸의 텐션이 느껴지는 정지 포즈와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 재료로부터 튀어나오는 듯한 형상을 통해 새로운 동세 표현을 시도한다.


이동훈 작가는 라라앤에서 이전에 전시를 하셨었기 때문에 굉장히 반가웠다. 춤을 추고 있는 동작을 나무 위에 시각화 하는것. 실제 걸그룹의 안무와 달리 몇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이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체험형 전시가 많았다. 신민 작가의 < 우리의 기도- 나는 동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껴안는다 나는 연대한다> 도 굉장히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많은 생각이들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번 전시는 나이 관계없이 모두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었다. 


06월 09일부터 08월 15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 프로젝트갤러리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 전시실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프로젝트갤러리2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2
  • 평일(화–금)오전 10시–오후 8시
  • 토·공휴일하절기(3–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 동절기(11–2월), 오전 10시–오후 6시
  • 문화가 있는 날 운영마지막 수요일
  • 오전 10시–오후 10시
  • 휴관일매주 월요일 휴관

  • 정기휴관(1. 1)


전시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 프로젝트갤러리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 전시실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프로젝트갤러리2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2

전시기간

2022.06.09~2022.08.15

관람료

무료

도슨트안내

주중/주말(공휴일 포함) 1일 2회 / 11:00, 15:00 ※ 미술관 운영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전시부문

조각, 입체

전시장르

기획

참여작가

강재원, 고요손, 곽인탄, 김주리, 김채린, 돈선필, 문이삭, 신민, 오제성, 우한나, 이동훈, 정지현, 최고은, 최태훈, 최하늘, 황수연, 홍예준

작품수

66점



전시문의

권혜인 02-2124-5287

관람문의

안내 데스크 02-2124-5248,5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