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달달한 당근형 동기부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달달한 당근형 동기부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         가 :  박지선, 손단비, 이수빈


주최 / 주관 :  라라앤(LaLa&) (대표 문은숙)

기           획 :  김한나라

디   자   인 : 마카디미아 오!

도          움 : 나혜란

사          진 : 조준용 


2023. 04. 12(수) ~ 05. 03(수) (일&월 휴무)

오프닝 일시: 4월 12일(수) 5PM

장         소 : 라라앤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87길 46 호텔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 2B19 )





언제나 달달한 당근형 동기부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한나라


놀이의 행동으로 작업을 지속하며 이들이 찾고 있는 것은 그저 ‘놀이’ 상태의 유지도, 그것만으로 만족 하는 것 또한 아니다. 놀이의 과정에서 스스로 즉각적인 반응을 만들어내고 그 민감한 반응의 상태를 손 안에 포착하고자 노력한다. 이 민감한 줄다리기는 유희적인 상태를 유지해가며 작업에서 이질적인 감각 의 요소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작가 스스로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진실한 작업의 행동을 발견하고, 스 스로 원하는 바를 직면하는 것이다. 자가발전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놀이’. 이들이 찾고 있는 놀이의 목적이다.


< 놀이의 방법 >
(대상:캔버스 혹은 다른 작업의 바탕)

1. 아무것도 강요하지 마라

2. 그들로부터 아무것도 빼앗아서는 안된다

3. 그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그들의 발전을 도와주어야 한다.

인용: 자크 코포: 성실함에 대한 탐구


우리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때로는 배제시켜온 감성의 영역을 떠올려본다(sentimental, 도취된 상 태의 감성) 자신의 작업을 감상자의 입장에서 마주하고, 수행자가 아닌 작업과 함께 삶을 영위해가는 감 성의 상태로 접근했을 때. 내가 내 인생에서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여정을 위해서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하는 새삼스러운 질문을 던져보자. 미술의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분석하는 계산 이 아니라, 예술과 함께 삶을 동반하고자 선택한 작가의 감성적인 태도 말이다. 예술을 예술로서 느끼게 하고 삶을 보는 예술가의 눈으로 작업을 마주하기 위한 상태를 상상해 본다. 이 게임을 위한 ‘놀이’, 이들 이 찾고 있는 두 번째 놀이의 목적이다.


놀이의 과정 속에서 더 얹기, 추가하기, 잇기가 이어진다. 작업의 선택에서 플러스를 택한 작가의 모습 을 그려본다. 캔버스 위를 한참을 바라보다 무언가를 추가한다. 그것을 바라보다 또 얹어본다. 추가는 어 디까지 이어질까? 과연 부족함을 채우기 위함이 목적일까? 작업의 결과물을 찾기 위한 여정으로서의 더 하기. 이 과정을 통해 도달한 결과에서 장식을 읽어낸다면, 우리는 과연 이것을 “예쁨”이라는 단어로 귀 결할 수 있을까? 이 전시에서는 ‘장식하다’는 동사를 이렇게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무언가를 찾기 위한 과정으로서 장식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찾을 때까지 덜어내지 말고 얹어본다.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 스가 작업을 돕는다.


달콤한 젤리, 사탕, 과자를 감싸고 있던 사탕 껍질을 벗기고, 반짝거리는 사탕 껍질의 바스락거리는 질 감을 지나간다. 달달한 외형의 캔디. 물자마자 톡 쏘는 강한 신맛이 느껴진다. 표면의 아름다움을 취하지 만, 그것이 다가 아니며 최종 목적지 또한 아니다. 그림을 그리지만 그림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 에는 모순이 없다. 결국 최종 목적지는 단일한 화면이다. 그러나 이들은 단일한 화면에 도달하기 위해 화 면을 내버려 둘 수 없다. 무엇이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수한 확장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상적 상태의 화면을 얻어내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박지선 작가는 판화의 틀을 벗어나 평면을 확장시킨다. 이 수빈 작가는 그림을 벗어나 자르고 붙이고 재료들을 교차시키며 평면을 확장시킨다. 손단비 작가는 실 과 천의 재료를 통해 끊임없이 수행하며 재료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시도한다. 감히 상상 안에서도 구 현되지 않아왔던 화면을 획득하기 위하여 놀이를 계속한다.


박지선은 완성되지 않은 미지의 유기체가 존재하는 세계를 판화의 과정을 재해석하며 만들어나간다. 일 본에서 판화를 공부한 작가는 판화 기법에서 영향을 받아 작가만의 기법을 만들어간다. 반짝거리고 날카 롭고 때로는 유연하게 비춰내는 알류미늄판 자체를 작업의 원본으로 사용하거나, 실크스크린 기법에 영 향을 받아 잉크 혹 은 분말 형태의 피그먼트를 여러 번 레이어링 시켜 도톰한 질감을 드러내거나, 부식의 자연적인 효과에서 형태를 일부러 만들고 이를 채택하며 작업을 진행한다. 작가는 식물, 꽃, 자연물과 같 은 유기체를 통해 움직이는 자연현상 속에서 보이기도 하고 잘 보이지 않는 미묘한 상태를 포착한다. 이 포착의 과정에 서 발견한 요소들을 조합하여 ‘생명체’ 혹은 ‘유기체’로 만들어낸다. 이는 모두 낯선 세계 로 구축하기 위한 시도이다. 낯선 세계에서 일어나는 생명체의 탄생과 죽음 그 빛나는 찰나를 담아내려 한다. 작가는 이 세계를 더욱더 그럴듯한 세계로 설득시키기 위하여 평면 밖으로 확장을 시도한다.


손단비는 천과 실의 재료를 사용하여 ‘예쁜 것’이 '예쁨'의 옷을 일부러 취하여 '강함'을 갖게 되는 순간 을 지향한다. 여성적인 차별의 경험, 사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경험에 착안하여 작업을 구상한다. 작업의 구상은 작가가 경험한 일, 사회에서 접하는 사건들을 접한 후 이를 아카이브 하는 과정을 거친다. 작업의 재료는 작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재료이며, 실을 만들고 염색하고 바탕을 직접 직조하는 과정을 거친 다. 천과 실은 인류가 삶을 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해 온 소재로서 작가에게는 인간의 따뜻함을 상징 한다. 역사적으로 여성적인 기법으로 여겨진 재료의 특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이는 작업의 내용과 함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가 된다. 작가에게 작업의 과정은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수행과 인내 의 시간이다. 작업 과정의 특성상 중간에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결과물에 대한 구상이 끝난 이후에는 인고의 오랜 시간을 갖는다. 이 오랜 작업 기간 동안 사회문제에 대한 작가 본인에게 해소가 되 기도 한다.


이수빈은 본인 주변을 둘러싼 촉각적인 세상을 기억하는 방식을 양모펠트, 그림, 콜라쥬 등을 포함한 몇 가지 방식의 순환을 통해 기록한다. 자르고, 붙이고, 해체하고, 찌르는 적극적인 행동 속에서 작업을 진 행한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벽에 가만히 붙어있지 않기를 바라며, 혹은 이것에서 벗어나고자 네 가지 과정을 순환시킨다. 처음에는 식물, 풍경, 인물 등 일상에서 발견한 대상을 그려나갔으나, 점차 형태에서 벗어나 식물보다 작업의 물질적 과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즉흥적인, 충동적인, 감각적인 과정을 통해 작업이 진행되며 이는 자신의 감각을 믿고 따라가는 과정이다. 작가는 이 충동적인 면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콜라주를 발견했다. 작가는 양모 작업 위에 올라가 걸어다니거나, 양모를 쑤시는 등 재료와 적극 적인 신체 관계를 맺는다. 이는 콜라주와는 다른 방식의 신체와 관계맺음이다. 양모 작업은 다시 그림과 콜라주로 넘어갈 때 작가와 신체의 관계를 재정립시키는데에 영향을 준다. 또한, 네 가지 방식의 작업들 은 모두 해체되어 ‘원소들’이 된다. 이는 드로잉을 역할을 하며 작업 자체이자 작업의 재료가 되기도 한 다. 원소는 다시금 결합을 시도하며 작가의 신체를 통해 재-작업된다.